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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소나무 숲

하늘숲길에 들어서면 제가 제일 좋아하는 풍경이 반겨줘요. 이리 휘고 저리 굽은 소나무들이 오랜 세월 이 숲을 지켜왔대요. 반듯하지 않아서 더 멋있는 나무들이에요.
봄부터 가을까지, 매력덩어리 남산을 자주 찾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남산에 드디어 가을이 왔네요. 시월 중순인데도 날씨는 늦여름 같아서, 바람막이는 가방에 매달린 채 천덕꾸러기가 됐답니다.

춥지 않고 따뜻해서 그저 감사했어요. 산책 나온 시민들이 정말 많았고, 멀리서 찾아온 외국인 손님들도 보였어요.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멋진 산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지요.
하늘정원에서 시작한 산책길은 오를수록 원시림에 들어온 듯해요. 쭉쭉 뻗은 키 큰 나무들과 오랜 숲을 지켜온 못난이 소나무들이 “어서 와, 남산은 처음이지?” 하고 인사하는 것 같았어요.

아름다운 남산의 모습, 저와 함께 천천히 살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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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숲길에 들어서면 제가 제일 좋아하는 풍경이 반겨줘요. 이리 휘고 저리 굽은 소나무들이 오랜 세월 이 숲을 지켜왔대요. 반듯하지 않아서 더 멋있는 나무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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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을 보니 보랏빛 쑥부쟁이가 한가득 피었어요. 가을이 왔다고 먼저 알려주는 꽃이에요.
사실 이 길은 한 달 전에도 걸었어요. 그땐 숲이 온통 초록이었죠. 잠깐 9월로 돌아가, 숲길 초입부터 끝까지 다시 걸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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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큰 나무 사이로 하늘숲길이 고요하게 이어져요.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나무 냄새가 짙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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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로 단풍나무 가지가 팔을 뻗었어요. 지금은 초록이지만 머지않아 이 길이 온통 붉게 물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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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모자를 쓴 산책객이 초록 그늘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요. 저도 저렇게 숲에 스며들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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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진 숲을 지그재그로 오르내리는 하늘숲길이에요. 계단 없이 완만해서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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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오오 이야기 나누며 걷는 분들이 보여요. 나뭇잎 사이로 들어온 햇살이 길 위에 동그란 무늬를 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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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이어지는 너무 멋진 남산하늘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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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큰 소나무 사이로 하늘숲길이 부드럽게 이어져요. 걸을수록 예쁘고, 걸을수록 매력 있는 숲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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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다 보면 소나무 숲 한가운데 지붕 덮인 쉼터가 나와요.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는 분들 사이로 솔향이 은은하게 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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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초록 그늘 사이로 햇살이 쏟아져요. 앞서 걷는 사람들의 뒷모습마저 한 폭의 그림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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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숲길은 나무 사이를 다리처럼 가로질러요. 머리 위로 단풍나무 잎이 초록 지붕을 만들어주고, 그 사이로 햇살이 조각조각 쏟아져요. 아직은 초록이 더 짙지만 곧 붉게 물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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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드니 초록 숲 위로 N서울타워가 불쑥 솟아 있어요. 하늘숲길은 나무 사이를 공중에 뜬 듯 지나가요. 정상이 생각보다 가까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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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에 어린 소나무들이 줄지어 자라요. 남산의 우량 소나무 씨앗을 모아 키운 후계목을 심은 거래요. 안내판도 쓰러진 남산 소나무로 만들었다니 더 뜻깊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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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하늘숲길이 끝나는 곳에 다다랐어요.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에게는 여기가 바로 하늘숲길 입구예요. “여기예요! 여기” 하고 외치는 안내판이 정겨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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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숲길을 다 올라온 마지막 지점이에요. 여기서 해치버스가 다니는 도로를 만나는데, 그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해치버스 승하차장이 나오고, 거기서 조금만 더 오르면 N타워예요. 9월의 산책은 여기까지, 이제 다시 10월의 남산으로 돌아가 정상에 올라 볼까요?
초록이던 잎들이 하나둘 물들기 시작한 오늘, 하늘숲길 끝에서 N타워 쪽으로 올라가 정상을 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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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버스 승하차장을 지나면 팔각정과 N타워로 가는 넓은 길이 이어져요. 나무 그늘이 터널처럼 드리워 오르막도 힘들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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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옆으로 한양도성 성곽이 산등성이를 따라 굽이굽이 이어져요. 수백 년 전 쌓은 돌담 위로 초록 잎이 드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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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 너머 나무들은 벌써 노랗고 붉게 물들기 시작했어요.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가을빛이 짙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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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등산복 차림의 어르신까지. 저마다의 걸음으로 정상을 향해 올라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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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면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 사이로 N서울타워가 얼굴을 내밀어요. 이제 정상이 얼마 안 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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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를 밀며 오르는 아빠의 뒷모습이 씩씩해요. 경사가 완만해서 아이와 함께 오기에도 좋은 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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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넘으니 팔각정과 단풍 든 나무들이 보여요. 먼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도 휴대폰을 들고 가을 풍경을 담느라 바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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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오르니 서울이 한눈에 들어와요. 빌딩 숲 뒤로 북악산과 북한산 능선까지 또렷하게 보였어요. 하늘이 정말 맑았던 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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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서 올려다본 N서울타워예요. 몇 번을 와도 볼 때마다 반가운 남산의 얼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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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의 팔각정 주변은 산책 나온 시민들과 여행객들로 북적였어요. 알록달록 물드는 나무들이 정자를 감싸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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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게 봉수대 앞에서 수문장들을 만났어요. 화려한 옷차림에 지나가던 사람들 눈이 모두 휘둥그레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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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산 봉수대 위로 노랗게 물든 나무가 드리웠어요. 옛날엔 이곳에서 연기와 불빛으로 소식을 전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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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 깃발 아래 홀로 선 수문장의 모습이 늠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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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옆 송신탑 아래로 수많은 자물쇠가 매달려 있어요. 저마다의 약속이 여기 모여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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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으로 돌아서니 뭉게구름 아래 서울 동쪽이 끝없이 펼쳐져요. 가슴이 뻥 뚫리는 풍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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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아래 전망 데크 난간마다 자물쇠가 꽃처럼 피었어요.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이 저마다의 약속을 걸어 두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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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보면 자물쇠마다 이름과 날짜, 귀여운 낙서가 빼곡해요. 하나하나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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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 없이도 도심 빌딩 숲 너머 청와대와 북악산이 또렷하게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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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기 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올려다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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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에 돌아보니 나뭇잎 사이로 타워 꼭대기가 살짝 보여요. 안녕, 또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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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요. 해치버스 정류장 바로 뒤에 서울시티투어버스 정류장이 있어요. 빨간 2층 투어버스 뒤로 보이는 타워까지, 엽서 같은 장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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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버스 정류장을 지나 국립극장 쪽으로 내려가는 길, 하얀 꽃무리가 눈에 들어왔어요. 구절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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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아래 구절초가 군락을 이루며 활짝 피었어요. 이 길로 내려오길 정말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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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 보니 꿀벌 한 마리가 부지런히 꿀을 모으고 있어요. 저도 숨죽이고 한참을 들여다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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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꽃술에 햇살이 내려앉았어요. 소박한데 이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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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 때마다 꽃송이들이 하늘하늘 춤을 춰요. 가을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기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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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돌담 그늘 아래에서도 구절초는 환하게 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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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꽃 사이로 연분홍 꽃잎도 섞여 있어요. 숨은그림찾기 하듯 찾아보는 재미가 있어요.
남산 해치버스 승차장 맞은편 건물 옆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맥문동이 군락을 이뤄요. 여름부터 늦여름까지 보랏빛 꽃이 피는데, 그야말로 장관이에요. 9월 초에 찍어 둔 사진을 꺼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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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 성곽 아래로 보랏빛 맥문동이 융단처럼 깔렸어요. 소나무와 돌담, 보라색 꽃이 어우러진 풍경이 그야말로 장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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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낮춰 올려다보니 꽃대가 파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어요. 오래된 성벽이 든든한 배경이 되어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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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구슬 같은 꽃봉오리가 층층이 맺혔어요. 햇살을 받으니 보랏빛이 더 짙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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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듬히 누운 소나무 아래에도 맥문동이 빼곡해요. 여름 내내 그늘 속에서 조용히 꽃을 피워 왔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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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기를 가까이 들여다봤어요. 자잘한 꽃이 다닥다닥 붙어 작은 포도송이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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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길 옆으로 맥문동이 길게 이어져요. 이 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면 보랏빛 꽃길을 걷는 기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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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대가 키를 맞춰 숲처럼 서 있어요. 바람이 불면 보랏빛 물결이 일렁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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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물러서니 소나무 숲 전체가 보랏빛 정원이 되었어요. 여름부터 늦여름까지만 볼 수 있는 풍경이라 더 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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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분들도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봐요. 내년 여름에도 꼭 다시 보러 올 거예요.
보랏빛 추억은 여기까지. 다시 10월의 구절초 길을 따라 국립극장으로 내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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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승차장을 지나 내려가는 길, 성곽 아래에 또 한 무리의 구절초가 하얗게 피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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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낮추니 성벽 앞으로 하얀 꽃 물결이 끝없이 펼쳐져요. 가을 햇살에 꽃잎이 반짝반짝 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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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에서 사 온 커피 한 잔을 들고 흙길을 걸어요. 나무 사이로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여 산책의 맛이 두 배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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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국립극장에 도착했어요. 하늘은 끝까지 파랗고 맑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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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앞에 다다르니 알록달록한 상징물이 반겨줘요. 11월 공연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도 걸려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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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백살마녀와 함께 남산산책은 여기까지예요.
오늘도 고마웠어, 남산.
이 글의 모든 사진은 백살마녀가 직접 촬영했어요.
© 백살마녀
휴대폰, DSLR Canon 5D Mark2